창의력은 유에서 또 다른 유를 연결하는 능력

'왜' 라는 호기심이 창의력과 아이디어의 시작
교육 방향에 대한 발상의 전환 필요

Grace Choi 승인 2024.06.02 19:49 | 최종 수정 2024.06.03 09:52 의견 0

기조강연하는 데니스 홍 교수


“왜? 왜? 왜? 왜 그런거야? 왜 때문에?”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수없이 뱉는 “왜?”라는 질문에 어른들은 얼마나 충실히 대답해 주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부모로서, 교사로서, 이웃으로서 아이들의 호기심과 의문을 어른들의 잣대로 묵살한 적은 없는지, 혹은 고지식한 기성의 사고를 주입하려고 한 적은 없는지, 강연장에 있는 모든 청중에게 고민을 던져주었다.

2024 글로컬 미래교육박람회에서 ‘다르게 보기, 새롭게 연결하기’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한 캘리포니아 대학 데니스 홍 교수는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틀을 깨는 새로운 사고방식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수많은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호기심이 그 시작이며 호기심은 창의력에서 발현된다. 창의력에서 연결된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는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며 누구나 행복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미래사회를 구현하는 핵심임을 누차 강조했다.

아이들은 성장하는 내내 ‘생애 최초’의 순간을 수없이 맞닥뜨리고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부모나 선생님, 주위 누구에게나 본인들이 겪는 호기심과 처음의 상황에 대한 의문을 표할 수 있다. 하지만 어른들의 시선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한 상황이라서 아이들의 ‘왜’에 대한 답을 못하거나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다. 혹은 아이들의 지식 수준에 걸맞지 않는 사전적인 정의를 통해 설명함으로써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이다.

데니스 홍 교수는 이러한 다양한 상황에 대해 본인과 아들의 경험담을 청중들에게 소개하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아빠, 달은 왜 자꾸 나를 따라오는 거야?” “아빠, 바람은 왜 보이지 않는거야?” 등등의 쏟아지는 다양한 질문에 크고 작은 설명과 실험을 통해 아들을 이해시키려는 노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의문을 해결하지 못했다면 “왜냐면 그건 아빠가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야!”라는 센스있는 마무리까지. 아이들이 갖는 호기심을 창의력으로 발현되기까지 그들의 눈높이에서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노력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족 보행 로봇의 단점을 없앤 '뛰는 로봇 ARTEMIS'를 소개하는 데니스 홍 교수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법

데니스 홍 교수는, 창의력이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지만 관계가 없는 다양한 것들을 연결시키는 능력이라고 표현했다. 수많은 정보와 기술, 지식이 이미 존재하는 현대사회에서 누구도 생각지 못한 ‘최초의 날 것’을 탄생시킨다는 것은 누가 들어도 쉽지 않은 일이다. 공원에 앉아 딸의 머리카락 세 가닥을 촘촘히 땋아주던 엄마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세 다리로 걷는 로봇을 개발하거나, 멸종한 선사시대의 사슴 관절에서 착안해 로봇의 관절을 탄생시켰던 교수의 경험이 곧 유에서 또 다른 유를 창조했던 사례이다. 우리 머리 속의 상상을 현실로 구현해 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호기심을 연결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탄생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청중들에게 각인시켜 주었다.

물론 이러한 새로운 ‘연결’을 위해서는 다양한 ‘기억’과 ‘경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호기심은 창의력의 시작이며, 창의적인 사고를 위해서는 틀을 깨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초창기 로봇은 사람의 형태와 비슷한 이족 보행이어서 자주 넘어지고 속도도 무척 느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상의 전환을 거쳐 앞으로 걷는 로봇이 아닌 옆으로 걷는 로봇을 개발해 안정성과 속도를 높였고, 세 다리를 갖춘 로봇도 개발했다. 이러한 시도가 반복되며 현재는 초창기 이족 보행 로봇의 단점을 대부분 보완한 뛰는 로봇 ‘ARTEMIS’가 탄생했다는 일화도 들려주었다.

2011년 개발에 성공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 앞에 선 시각장애인 아이를 보며 본인의 노력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의지를 굳건히 했다는 데니스 홍 교수

또한 2011년 개발에 성공한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용 자동차’의 사례를 들려주며,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면서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연구를 지속하는 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로봇과 인간의 공존을 고민하는 것 또한, “우리가 개발하는 무엇인가가 인간의 삶을 더 이롭게 할 수 있다는 의지 때문”이라며 연구에 대한 목적을 분명히 했다. 화재 현장에 투입되는 소방 로봇, 건물이 붕괴된 지진 현장에 투입되는 구조 로봇 등이 모두 데니스 홍 교수가 얘기하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연구”의 성과물이다. 900석이 넘는 관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로부터 연신 큰 박수와 호응을 얻으며 활기찬 강연을 이어가던 홍 교수가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개발했던 당시, 기자회견도 뿌리치고 호텔방에서 혼자 울었다고 고백하는 순간, 로봇 연구에 대한 그의 진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2011년 미국 데이토나 국제 자동차 경기장에서 시각장애인인 마크(왼쪽)가 시각장애인용 자동차 브라이언을 운전해 결승선에 들어온 뒤 홍 교수와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실패는 성공을 위한 또 다른 에너지!

“교수님은 실패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라는 한 중학생의 질문에, “실패란 항상 존재하는 것이다. 그 실패를 활용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수많은 실패에서 성공을 위한 또 다른 에너지, 도전을 얻는다면 그것은 실패가 아니다” 라며 긍정의 힘과 도전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는 항상 창의력과 도전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아이들에게 무턱대고 “창의적으로 행동해라”고 요구하지는 않았는지, 구태의연한 가르침에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기대하지는 않았는지, 교육에 대한 고민과 방향부터 창의적으로 접근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글로컬미래교육박람회가 그 물꼬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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