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역에 우리말 교가 울려 퍼졌다, 교토국제학교 고시엔 4강 진출 쾌거
21년도에 이어 두 번째 4강 진출, 8월 21일 준결승전
Andrew 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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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01:25 | 최종 수정 2024.08.2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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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바다’로 시작되는 한국말 교가가 일본 NHK 방송과 인터넷 방송을 통해 일본 전역에 생중계되고, 갓 시합을 마친 두 팀 선수들이 승리한 교토국제고등학교의 교가를 부르고 들은 것이 올 여름에만 벌써 네번째이다.
일본은 해마다 여름이면, 전국 고등학교 야구 대회인 ‘고시엔’을 기다리는 팬들로 인해 전국이 들썩인다. 올해로 106회를 맞는 고시엔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봄, 여름 대회가 2차 대전 이후 첫 취소였던 만큼 엄청난 팬덤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야구를 사랑하는 일본에서 한국계 국제학교인 ‘교토국제학교’가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로 준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야구팀이 없는 고등학교를 찾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할 정도로 야구를 좋아하는 일본의 특성상 대부분의 고등학교에 야구부가 있고, 교토국제학교는 교토부를 대표하는 야구팀으로 고시엔에 출전했다. 교토 지역주민은 물론 재일교포와 재일 한국인 등 많은 이들의 응원과 격려를 받으며 전국에서 출전한 3,957개 학교 중 지역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49개 학교 중 당당히 4강에 오른 것이다.
지난 17일에는 강타자가 즐비한 서일본단대부고와 경기하며 한 점도 내주지 않고 4대0 완승을 거뒀고, 19일에는 나라현 지벤고교를 상대로 4대0으로 승리하며 4강에 진출했다. 지벤고교와는 3년전인 2021년에도 준결승에서 만났고 당시에는 아쉽게도 3대1로 패해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올해는 선배들의 아쉬움을 해소하듯 완승하며 기쁨의 교가를 불렀다. 결승 진출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5차전은 8월 21일 아오모리 야마다 고등학교와 치를 예정이다.
이번 여름 고시엔에 진출한 고등학교 중 유일하게 한국어로 된 교가를 갖고 있는 교토국제학교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 언론에도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동해바다’로 시작되는 가사로 인해 일본의 일부 SNS 등에 ‘교가가 불쾌하다’는 혐한 발언 논란도 있지만, 교토국제학교 야구부에 대한 교토부 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응원도 이어지고 있다.
교토국제학교는 1999년 야구부를 창단한 뒤 지역대회만 출전하다가 지난 2021년 봄 고시엔에 처음 출전하며 전국대회 데뷔전을 치렀다. 데뷔한 그 해 여름 고시엔에서 무려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명실상부 야구명문으로 떠올랐다. 이듬해인 2022년에는 1차전에서 탈락하며 아쉬움을 달랬지만, 올해 여름 4강에 진출하며 또 한번 새로운 돌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8강전에서 만난 지벤고교와의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한 2학년 카즈키 선수는 9회까지 홀로 마운드를 지키며 118구를 던져 6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거뒀다.
교토국제학교는 1947년 조선인들이 후손들에게 우리말과 문화 교육을 위해 십시일반 자본금을 모아 설립한 학교이다. 교토조선중으로 개교했다가 1958년 학교법인 교토한국학원으로 법인 승인을 받았고 1963년에는 고등부도 개설되었다. 우리나라 교육부로부터 1961년 교토 한국중학교로 인가받았으며, 고등부 개설 후인 1965년에는 우리정부로부터 교토한국중고등학교로 인가받았다. 개교 초반에는 일본 교육당국이 학교로 인정하지 않는 차별을 받아오다가 2004년에서야 정규학교로 인정을 받으며 한국와 일본 양국의 지원을 받는 교토국제중고등학교로 재탄생했다. 일본의 동경 한국국제학교, 오사카 금강학교 등과 함께 재외 한국국제학교로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는 일본 국적의 학생이 80%에 달하지만, 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이거나 재일교포인 경우가 많고 귀화한 경우도 있다. 한국어, 일본어, 영어를 중심으로 교육하지만 한국 관련 교육의 비중이 가장 크며 한국사와 한국어, 재일한인사 등의 교육과정을 갖추고 있다. 2004년 국제학교로 전환하며 일본인 학생이 입학하기 시작했을 때, ‘일본에 학교를 팔았다’는 일부 비판 의견도 있었지만, 운영이 어려워진 학교를 되살리고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는 글로벌 교육, 공생 교육을 시작하며 오히려 더 큰 성장을 이뤄왔다. 남은 경기에서도 교토국제학교 야구부 선수들이 무더위를 이겨내고 최고의 팀워크를 보여주며 승리할 수 있기를, 다시 한번 일본 전역에 우리말 교가가 울려퍼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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