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의과대학 열풍이 불며, 해마다 전국의 의과대학 경쟁률은 수십, 수백대 1을 넘어서고 있다. 또한 이미 입시를 치른 대학생이나 사회생활을 하고 있던 직장인들도 가세하고 있어 의과대학 도전 N수생들의 비중도 상당하다. 이렇듯 국내 의과대학으로의 진학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면, 해외 대학의 의과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은 어떨까. 전 세계 어디라도 의과대학 진학이 더 쉽거나 더 수월한 곳은 없겠지만, 차선책으로 모색할 수는 있다.
나이지리아의 ‘프레셔스 오옘’(Precious Oyem)은 자국의 의료서비스의 격차를 경험하며 이러한 의료불균형 현상을 해결하는 의사가 되고자 미국 의과대학으로의 진학을 목표로 공부했다. 노력 끝에 그는 매사추세츠(Massachusetts)주 클라크 대학교(Clark University)에 입학하여 2017년에 의예과 생물학 학위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미국 의과대학으로 지원하려 했으나, 유학생들은 입학에 많은 걸림돌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미국의 165개 의과대학 중 유학생이 갈 수 있는 곳을 선별하자, 55개의 대학으로 확 줄었다.”며 “게다가 그 55개의 대학은 하버드, 예일처럼 미국인도 입학하기 어려운 최고의 대학들이었고, 이는 제게는 엄청난 도전이었다”며 험난했던 과정을 회상했다.
미국 의과대학협회(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s)의 보고에 따르면, 2023학년도 기준 미국 의과대학에 입학한 2만2,981명의 입학생 중 해외 국적의 유학생은 287명으로 전체 입학생의 약 1.25%에 불과하다. 외국인이 미국 의과대학에 진학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유학생 지원자들의 도전
현직 의사이자 입시 컨설팅 MedSchoolCoach의 설립자인 사힐 메타 (Sahil Mehta) 박사는 “미국의 의과대학은 매년 지원자의 50% 이하의 합격율을 보이기 때문에 현지인은 물론, 유학생이 입학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유학생의 지원을 허락하는 소수의 미국 내 의과대학은 경쟁이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공립 의대는 의무사항에 제약이 많아 유학생의 지원을 수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솔직히 공립 의대 중 절반 이상은 유학생의 지원을 받지 않는다” 라고 AAMC의 의예과 지원 담당 이사 타미 레빈(Tami Levin)이 설명하며 “공립의대는 일반적으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 입학의 기회를 주고, 해당 지역에서 의사가 되어 지역 주민을 치료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립 의대는 의무사항에 다소 자유롭기 때문에 유학생의 입학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아, 만약 미국 의과대학 진학을 생각한다면 사립대학을 목표로 해야 한다.
또한 미국의 의과대학은 레지던트 (resident)교육 의무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외국인 학생들을 받아들이는 것을 주저한다. 레지던트들은 USMLE 1단계와 2단계 (의과대학에서 배운 과목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시험)를 마친 후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병원에서 일하며 3년에서 7년정도의 기간이 걸리는 과정이다. 유학생을 받기 꺼려하는 이유는 레지던트를 하는 기간동안 학생들은 급여를 받으며,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거나 영주권이 없으면 외국인을 채용하는 절차가 아주 번거롭고 어렵기 때문이다.
유학생이 미국 의대에 진학하는 데 있어 또 다른 장벽은 비용이다. 유학생은 미국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없어 학교에서 장학금을 수여받지 못한다면 모두 현금으로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일부 대학에서는 입학 자격이나 허가를 위해 유학생 지원자에게 4년 동안의 학비를 모두 지불할 수 있는 능력과 그에 준하는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입학 조건으로 여러 어려움에 부딪힐 수 있지만, 유학생에게 장학금을 부여하는 대학도 꽤 있으니 그 외의 자격을 쌓는 것이 우선이다.
합격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
입학 전문가들은 미국 국적이 아닌 외국인 지원자들은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면 미국 의대에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의과대학 교육과정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미국 의대 진학을 위해서는 4년제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한 후, 프리메드 (Pre-Med) 필수 과목을 수강하고 MCAT(미국 의대 입학시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오옘처럼 생물학 학위를 목적으로 기초 교육을 받는 것도 좋지만, 무조건 의대 관련 학과를 전공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의대마다 자격 요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생물학, 화학, 물리학 같은 과목을 수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프리메드 학생들은 1학년에는 필수 과목들을 수강해야 한다. 이들은 3학년이 되면 의과 대학의 필수 표준화 시험인 MCAT에 등록하고 시험에 응시하게 된다. MCAT 시험 응시 이후, 자동화된 미국 의과 대학 지원 서비스 시스템 (AMCAS)을 이용하여 여러 의대에 지원하게 된다. 1차 지원은 보통 4주에서 6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며, 지원자들은 몇 달 안에 학교로부터 2차 지원서를 받을 수 있다.
“뛰어난 학업 성적, 높은 평점, 의대 입학 시험 (MCAT)에서의 높은 점수는 매우 중요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유학생은 지원서에 연구 경험, 리더십 직책 또는 출판물 등 다른 지원자들보다 뛰어난 성과가 분명해야 된다”고 사힐 메타 박사는 조언했다. 또한, “서류상으로 내가 어떻게 다른지, 다른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의과대학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려하라”고 덧붙였다.
타미 레빈(Tami Levin)은 유학생들이 의과대학 입학을 준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미국 의대 입학 요건 데이터베이스에서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학생도 입학할 수 있는 학교를 찾기 위해 AAMC 웹사이트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쟁률과 지원자 현황, 신입생 현황 등을 MSAR에서 확인하고, 유학생을 다수 허용하는 학교를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의대에 필요한 조건
그렇다면, 외국인으로 미국의 의과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학생 역량과 학업 조건은 어느 정도일까. 일단 토플 최저 기준은 105점이지만 만점에 가까울수록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MCAT 528점 만점에서 510점 이상이 필요하고, 상위권의 의대생들은 학사 졸업시 4.0 만점에 3.85 정도의 학점으로 지원을 한다고 한다.
또한 국내에서 대학을 졸업 후 미국의 의과대학 진학을 고려한다면, 한국대학의 학위를 인정하는 지 확인해야 한다. 국내 최고의 대학을 졸업했더라도, 필요한 사전 의료 과정 및 실험실 경험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고등학교는 중요하지 않지만, 한국에서 받은 대학 교육을 미국 과정에 대한 평점과 동등성을 검토하고 인증을 받아야 할 수 있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한국인 재학생이라면 상황이 다소 유리하다. 미국 의대에서 선호하는 과목 중 생물학, 화학, 수학을 집중해서 수강하고 자원봉사나 연구 경험 등을 보충해서 서류상으로 우수한 학생으로 보여야 한다.
◆ 의대들의 자격 조건들도 잘 봐야한다. 예를들어 하버드 의대는 이런 과목들이 필요하다고 웹사이트에 쓰여있다:
- 생물학 (실험실 생물학 1년)
- 화학/생화학 (무기화학, 유기화학, 생화학 과정 포함)
- 물리학 (물리학 1년, 실험실 경험이 있으면 좋지만 필수는 아님)
- 수학 (미분학 및 통계학 과정 포함 수학 1년)
- 글쓰기 (1년간의 설명문 쓰기 - 상당한 에세이 쓰기와 관련된 인문학 또는 사회과학 강좌를 통해 만족할 수 있음)
◆ 반면 존스 홉킨스 의대는 이런 과목들을 요구한다:
- 생물학 (실험실이 있는 대학 생물학 1년/8학기 시간 - 유전학 별도 과정 권장)
- 화학 (실험실과 일반 대학 화학 1년/8학기, 실험실과 유기 화학 1학기/4학기, 생화학 3학기, 실험실 경험 필요 없음)
- 인문, 사회 및 행동 과학 (24학기 시간, 최소 두 개의 글쓰기 집중 과정 포함)
- 수학 (6학기 미적분 및/또는 통계)
- 물리학 (실험실이 있는 일반 대학 물리학 1년/8학기 시간)
두 학교의 요구사항이 조금 다르지만 필요한 과목들은 비슷하다.
또한 AMCAS를 포함한 미국 의과대학 지원 절차를 숙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학 성적 증명서, 졸업 증명서, 교수추천서, 자기소개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MCAT 점수는 물론이며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으면 높은 토플 점수도 필요하다. 국내 입시와 달리 학교들마다 지원 시기도 다르기 때문에 마감일 확인은 필수다.
쉬운 입시는 없다. 자격이나 조건, 전형 방법, 일정, 교육과정, 비용 등 모든 것이 다르지만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는 직업을 위한 길이라는 점은 같다. 의과대학 진학에 대한 꿈이 분명하다면, 미국의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에 취업에 대한 절차와 과정도 충분히 숙지한 후 입시에 도전하자.
저작권자 ⓒ 국제학교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