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 홍콩에서 '멸종 위기'

학문의 자유가 쇠퇴하고 있다: 홍콩 대학들, 북경의 압력으로 정치학 등급 강등

Nicole Kim 승인 2024.09.22 14:25 의견 0
사진 출처: Hong Kong Free Press

홍콩의 학자들이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홍콩 대학들의 정치학 쇠퇴 현상에 대해 ‘위험하다’고 평가하며 한탄스러워 하고 있다. 최근 징계가 하향 조정된 후 학자들이 개인적인 소신을 밝히며 정치학 쇠퇴에 대한 위기 의식을 표명하고 있다.

지난 8월, 홍콩중문대학교(CUHK)는 저명한 정치학과의 구조조정을 완료하고, 이 학과를 이전에 사회과학부 소속이었던 새로운 거버넌스 및 정책과학대학원(SGPS)으로 통합하며 대학 프로그램의 하나로 하향 조정했다. 그래서 앞으로 정치보다는 공공 행정에 중점을 두고 글로벌 연구와 데이터 과학 및 정책 연구를 통한 학사 학위 제공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아시아 및 중국 정치학 교수인 피에르 랜드리(Pierre Landry)는 학교의 웹사이트에 “ 중국과 아시아에서 홍콩의 독특한 역할을 고려할 때, 많은 SGPS 학자들은 중국 연구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SGPS의 변화는 급변하는 세상을 이해하고 변화를 이루기 위해 학생과 연구자들을 모으기 위한 다학제적 노력의 산물이다.”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홍콩시립대학교(CityU)도 2021년 학생 지원이 45% 감소한 후 정치학과의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공공 정책 학과와 아시아 및 국제학 학과는 “공공 및 국제 문제 학과”로 통합되었다.

“홍콩에서 원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대학 정치학과는 단 한 곳뿐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바뀌었습니다."라고 싱가포르 국립대학교(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Lee Kuan Yew School of Public Policy)의 부교수이자 홍콩 시티대학교의 전 연구원이었던 알프레드 우 물루안(Alfred Wu Muluan)은 인정했다.

우(Wu)씨는 홍콩대학교(University of Hong Kong)의 정치 및 행정학과가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을 언급한것이다. 학과 명칭에서 '정부' 또는 '정치'와 같은 단어를 삭제한 곳도 있다.

대학의 자체 검열

우씨는 지난 몇 년 동안의 이러한 변화를 중국이 홍콩에 국가보안법을 시행한 이후 홍콩에 만연한 대학들의 '자기 검열'에서 기인한다고 덧붙였다. “홍콩에서 이름에 '정치'가 들어간 학과가 있는것은 북경의 과도한 관심을 끌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NUS의 정치학 부교수인 이안 총 자(Ian Chong Ja)는 “이러한 변화는 사회 및 정치 문제에 대한 홍콩 대중의 전반적인 무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많은 정치학 교수들이 이민을 떠나는 등 중국 분석의 중심지로써 홍콩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정치학에 대한 관심이 제한적이라는 것은 정치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홍콩은 물론 중국과 다른 나라의 정치 시스템을 이해하는 유기적인 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치학 전공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

홍콩 중문 대학교(CUHK)의 전 정부 및 공공행정 학과장 카를로스 윙-흥 로(Carlos Wing-Hung Lo)는 구조조정 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학과 교수진 20명 중 4분의 3 이상이 정치학자였기 때문에 학과에서 정치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정치학에 대한 집중이 취업 시장에서 “졸업생들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고 주장했다.

CUHK는 2022년 이 학과에 대한 홍콩 학생들의 지원자 감소(2020학년도 대비 30% 감소)를 언급하며 구조조정의 이유로 “장기적인 재정적인 문제”를 지적한 후 이 학과를 구조조정하려는 움직임이 처음 공개됐었다. 하지만 이 구조변경은 올해 2월에야 승인되었고, CUHK가 실시한 사전 협의 과정에서 이미 일부 정치학과 졸업생들은 대학이 북경의 정부를 인식하여 '정치적으로 민감한 과목'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었다. 이러한 우려에 CUHK는 현지 언론에 “단기간 내에” 폐지되는 과목은 없을 것이라고 구두로 약속했다. 하지만 구조조정 이전에는 홍콩 정치, 민주화, 홍콩 정치에 대한 비판적 토론, 중국의 논쟁적인 정치 이슈에 대한 강의를 없애려고 하는 분위기다.

정치에 무관심한 학생과 대중

홍콩의 대학들과 정부 관리들은 14세 청소년들이 시위에 참여했던 2014년 우산 혁명과 학생들이 주도한 2019년 시위의 증거에도 불구하고 요즘의 홍콩의 학생들이 '비정치적'이거나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해 왔다.

“홍콩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것은 정치에 대한 관심이 반드시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기를 꺼려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정치 및 관련 분야가 더 이상 실질적인 취업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습니다."라고 총 교수는 지적했다.

CUHK 아시아태평양연구원이 이번 주 발표한 일반인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60%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답해 지난해 약 63%에서 4.1%포인트 감소한 반면, 정치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자는 지난해 34.2%에서 40.8%로 6.6%포인트 증가했다.

알프레드 우 물루안 교수는 정치에 대한 관심이 40%에 달해 놀랐다며, 이는 국가보안법 이전 홍콩 정치에 대한 표현의 자유와 참여의 '유산'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홍콩의 사상의 자유는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총 교수는 “정치학 수업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은 더 많은 정치적 통제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때문이다. 정치에 대한 참여는 정치 당국의 압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서 홍콩과 중국과 정치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이 더 낫다고 인식될 수 있다.”며 현 상황을 분석했다. 홍콩 대학의 이런 변화의 움직임이 홍콩과 중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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